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바빌론 영화 리뷰 광기 황홀함 할리우드 초상

by 루디라임 2025. 2. 1.
반응형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조반 아데포, 리 준 리

장르: 드라마, 코미디, 역사

러닝타임: 189분

광기와 황홀함이 공존하는 할리우드의 초상

데이미언 셔젤의 바빌론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192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 그 화려한 시대 이면의 무질서와 광기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성공과 타락, 희망과 절망이 얽힌 거대한 서사시이며, 한편으로는 고전 할리우드에 대한 사랑을, 또 한편으로는 그 세계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야기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무명의 이민자 출신 조연출 매니(디에고 칼바)는 영화 산업의 화려한 세계로 뛰어들며 점점 더 깊숙이 빠져든다. 한편,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신예 배우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는 순식간에 스타가 되지만, 그녀의 불안정한 성격과 영화 산업의 가혹한 현실이 그녀를 위협한다. 마지막으로, 전성기가 저물어가는 무성영화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는 자신이 점점 시대에 뒤처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빌론은 그 과정에서 영화 산업의 광기와 혼돈, 그리고 그 이면의 비극까지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혼돈 속의 마법, 그리고 처절한 현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절제되지 않은 에너지’다. 오프닝부터 혼돈 그 자체다. 마약, 섹스, 재즈, 광란의 파티, 그리고 갑자기 등장하는 코끼리까지. 영화는 단 한순간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화면은 강렬한 색감과 빠른 컷 편집으로 가득 차 있다. 셔젤은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에서 보여줬던 음악적 리듬감을 더욱 극대화하며, 저스틴 허위츠의 재즈 넘버들은 영화의 미친 속도를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바빌론이 단순한 광기만 있는 영화였다면, 이렇게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그 혼돈 속에서도 깊은 감정과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바빌론은 점점 더 씁쓸하고 우울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할리우드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그들을 오래 품어주지는 않는다. 한때 최고의 스타였던 인물들은 시대의 흐름 속에 잊혀지고,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잔인할 정도로 냉혹하다. 특히 진 스마트가 브래드 피트에게 던지는 한 마디는 이 영화의 정수를 담고 있다. "당신도 결국 잊혀질 거예요. 하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 당신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갈 거예요." 이 대사는 찬란한 성공과 필연적인 몰락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바빌론이 단순한 흥미 위주의 영화가 아니라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작품임을 보여준다. 

걸작인가, 과한 영화인가?

그러나 이 영화가 모든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바빌론은 극단적인 영화다.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 동안 폭발적인 장면이 이어지며,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장된 순간들이 많다. 어떤 장면들은 더 길게 늘어지는 느낌을 주며, 특히 후반부의 일부 시퀀스는 반복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 영화는 고전 할리우드를 찬양하는 동시에, 그 더러운 뒷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황금기 할리우드를 꿈꾸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거칠고 잔혹한 묘사에 당황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영화는 한편의 거대한 실험이자 도박이며, 그 감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결론: 잊히지 않을 영화, 그러나 모두의 취향은 아닐 것

바빌론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영화다. 데이미언 셔젤은 한계를 모르는 연출로 할리우드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탐구하며, 광기와 예술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모두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그들의 이야기는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반복될 할리우드의 본질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분명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걸작이라 부를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과한 영화라며 외면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결코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반응형